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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_1282_1975_2023
6. 2023. 10. : 그림 메타
코로나 이후 시행된 두 번의 메르헨캠프는, 2016년부터 돌아다니기 시작한 메르헨스트라세, 2018년부터 하멜른과의 관계를 통해 제작하기 시작한 [하멜른360AR] 등 코로나 시기 이전의 활동들을 메르헨스트라세와의 만남, 소통, 그리고 이들과 함께하는 계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구분하면서, 코로나로 인해 뉴미디어 디지털 기술이 얼마나 급속하게 우리의 일상에 파고들면서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지를 체험하는 시기를 넘어,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만남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서로가 가진 문제점을 얼마나 극복하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소통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그 의미를 다시금 확인해야 하는 시간으로 다가오고 있다.
19세기 그림형제는, 유럽의 중심에서 융성했던 문화와 힘을 자랑하던 예전의 독일이, 그저 허울뿐인 황제국으로 느슨한 도시연합의 형태로 빈약한 주변국으로 전락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메르헨을 수집하기 시작하였고, 이를 위해 그들의 인생 후반기에 적극적인 정치적 행보를 보이며 독일의 국가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과정에 그들이 쓴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1812)이 있었고, 이는 그림형제가 살아 생전에 보여주었던 정치적인 행보 이외에도, 20세기 내내 끊임없이 전 세계로 전파해 나가며 독일 중심의 문화사를 다시 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렇게 전 세계를 돌고 다시 돌아 온 독일 메르헨은, 20세기 버전의 테마로 진화하여 문화도시를 꿈꾸는 독일 도시들의 부흥을 위한 귀한 자료로 활용되면서 메르헨스트라세가 탄생하게 되었고, 지난 50여 년간 독일 내 크고 작은 도시들이 이를 구심점으로 다시 연합하고 협력하는 상생의 전통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1975년도에 출범한 독일 메르헨스트라세가, 독일의 대표적인 역사문화자산인 그림형제와 독일 메르헨을 테마로 활용하면서, 60여 지자체와 관련기관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운영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오랜 기간 가장 독일스러운 모습으로 발전해 온 역사 속 도시연합의 전통을 현재화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50여년을 이어오면서, 유럽 내 대표 문화관광 도시들과 견주어 비견될 수 있을 정도의 브랜드 파워를 가진 공동체로 발전하게 되었고, 이와 더불어 독일은 연간 400조 원대에 이르는 문화관광시장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20세기 내내 강력한 힘을 발휘하던 도시연합 테마공동체 개념의 독일식 문화관광상품은 21세기 들어 전반적인 문화관광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즉각적으로 변화하지 못하면서, 근본적인 시스템의 변화와 요구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가 지금 독일 메르헨스트라세를 다니며, 이들과의 관계와 소통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선진 문화관광 시스템의 견학과 배움이 아니다. 독일은 중세 이후 참으로 많은 역사의 변곡점을 지나며 세계사의 중심에서 발전해 온 국가이고, 이들이 유럽 역사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세계사가 요동치는 결과를 만들기도 했다. 오랜 세월 이들이 세계사의 중심에서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는 맥락은 분명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지난 수년 간 독일 메르헨스트라세를 다니며 이들의 오래된 도시연합의 전통이 21세기 디지털의 인문학적 가치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테마공동체의 가능성 또한 보게 되었다. 21세기 디지털의 가치 위에 선 지금, 새로운 형태의 도시연합과 테마공동체를 다시금 요구하고 있다. 오래된 그림형제의 이야기 속에는, 그들이 가졌던 고민이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상 속에 어떤 관계와 소통을 만들며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인 기록만 있을 뿐 아니라, 처음부터 ‘독일’ 만의 독창적이고 고유한 문화는 없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문화의 속성을 다시금 관계와 소통의 맥락에서 그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해 진 디지털의 시대, 이러한 그림형제의 메시지를 탈지역, 탈문화의 관점에서 어떻게 문화권 간 소통의 매개체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 Grimm meta : 그림 형제와 글로벌 플랫폼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 했듯, 그림형제가 19세기에 그토록 만들고 싶었던 것은 독일메르헨을 중심으로 한 범독일어권 문화공동체이다. 그리고 20세기 메르헨스트라세가 구현하고 싶었던 것 또한 문화도시들 간 문화소통 공동체이다. 이는 21세기 버전에서 이야기한다면, 이제는 너무도 일상적인 개념으로 자리한 플랫폼이다. 이는 미디어 역사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시대별 미디어로서 그 가치와 내용을 담는 그릇으로서 보편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21세기에도 여전히 필요한 작업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가치와 내용이 무엇일까를 고려한다면, 이는 분명히 시대상과 시대의 요구,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분명히 담긴 콘텐츠 기획의 맥락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이 안에 21세기 디지털의 가치 속에 우리가 그림형제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들어있는 것 처럼 보인다.
‘대한민국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림형제 플랫폼?’ 어찌 보면 이는 처음 출발부터 넌센스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독일이 왜 지금도 그림형제와 독일메르헨을 통해 독일문화중심의 가치전파에 집중하고 있는가?’의 측면을 20세기 버전으로 살핀 결과일 뿐이다. 서로 다른 문화들이 만나, 서로가 하나 되는 공동의 가치를 구현하면서 상호 보완적인 작용을 통해 상생과 공존의 방안을 모색하는 공동체를 구성하고 운영해 온 역사는 오랜 시간 이어져 왔다. 그리고 21세기 디지털의 시대 이러한 역사적 전통은, 개별문화권들이 자국 문화만을 중심에 두고 진행하는 문화제국주의적 공동체를 용납하지 않으며,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무엇이든지, 이것들이 문화소통의 관점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구심점을 만들고 이를 활용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그 성패를 가늠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직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독일 지자체와 공동체의 관심이 이르지 못한 지금, 우리가 오히려 그림형제와 메르헨을 활용한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한국문화가 독일문화를 비롯한 이들이 관계를 맺고 있는 여타 유럽의 문화들과 소통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간다면, 한국문화의 입장에서 세계시장에 다시금 한국문화의 위상과 위용을 확대하면서 세계 주류문화를 선도하는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과 독일의 문화가 상생의 차원에서 다방면으로 교류할 수 있는 방안을 새롭게 모색하는, 21세기 개념의 새로운 문화소통의 테마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며, 우리의 중소 도시들도, 글로벌 문화교류의 장에서 글로벌 도시들과 함께하면서 서로의 역량과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기회가 당연히 주어질 테고 말이다. 그리고 그 시작을 알리는 이름의 처음으로, [그림메타]가 어떨련지, 조심스레 제안해 본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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