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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mm Meta

Grimm Meta_그림형제와 글로벌 플랫폼_4장

by 메르헨tv 2024.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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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eder_Grimm_and_Global_Plat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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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21. 6. : 하멜른360AR

 

   -. 피리 부는 사나이, 하멜른의 너무도 오래된 이야기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1282년도에 있었던 이야기를 기원으로 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잘 알려진 대로, 쥐로 인해 도시 전체가 골치를 썩고 있던 하멜른에 어느 날 색동 옷을 입은 화려한 복장의 사나이가 나타났고, 도시의 쥐를 없애주면 큰 보상을 하겠다는 하멜른 시민들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하멜른의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졌다는 것이 이야기의 골자이다. 이 이야기의 기원과 관련해서, 소년 십자군을 비유한 이야기라는 설도 있고, 당시 독일의 동진정책으로 많은 사람들이 동쪽으로 이동해 갔다는 이야기도 있으며, 중세 시대 유럽대륙 전체가 페스트로 골머리를 앓던 시대의 비극을 기록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분명한 것은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여기 저기 남겨진 역사적 기록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다른 독일 메르헨과는 다른 결을 가진, 아주 오래된 옛날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림 36>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전설

   하멜른에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던 작센족은 중세 이전 전 유럽을 이동하며 부족국가를 건설하던 게르만의 일파로, 이후 작센족 중 일부가 영국으로 넘어가 중세시대 영국 왕조의 기반을 다진 잭슨족과 같은 이름이다. 결국 중세 이후부터 영국 본 섬과 니더작센지역은 많은 교류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추정되며, 이후 지금의 니더작센 지역을 중심으로 세워졌던 중세 시대 작센왕국은 이후 동쪽으로 이동하였고, 19세기 이후 지금의 니더작센은 하노버 왕국이 새롭게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19세기 중반, 하노버 왕국의 왕이 영국 왕을 겸임하게 되면서, 하노버 왕조과 영국 왕조는 굉장히 친밀한 문화적 유대감을 가진 상태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이 시기 그림형제의 메르헨과 피리 부는 사나이가 대영제국의 전성기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된 것이다.

 

   재밌는 점은 그림형제의 책,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 과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조금 결이 다른 방식으로 전파되어 나갔다는 점이다. 그림형제의 책은 독일어 버전을 번역하는 과정을 통해 영국에 소개되어지면서 영미권으로 전파되었던 반면, 피리 부는 사나이는 여기 저기 역사적인 기록을 가지고 전해지던 이야기를 영국의 작가 로버트 브라우닝이 새롭게 각색하면서 책으로 완성되었다. 이후 대영제국의 위세에 힘입어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지만, 피리 부는 사나이는 그림형제의 책에 수록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독일 메르헨과는 달리 영국 작가가 쓴 스토리를 중심으로, 어찌 보면 문화수용자의 시점에서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내용을 기반으로 대중적인 요소를 가미하면서 전파되어 나갔다고 볼 수 있다.

 

   메르헨캠프 기간 동안, 오랫동안 ‘피리 부는 사나이’의 역사적인 기록과 의미를 추적 연구해 온 하멜른 마케팅의 Mr. Boyer를 통해 ‘피리 부는 사나이’와 독일 메르헨의 근본적인 차이에 관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그가 결론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점은, 독일 메르헨은 이야기 자체로 폐쇄적인 구조를 가지고 전해지면서, ‘옛날 옛날에 어디에 누가 살았는데...’, ‘그렇게 잘 살았다더라~’ 등 이야기 구조 자체가 원형 그대로 인용되어 전해지고 있는 반면, 피리 부는 사나이는 이야기가 내포하는 아주 밑단의 담론과 메시지, 그리고 이를 형상화하는 이미지를 소비자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재해석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피리 부는 사나이는 이미 그 이야기가 문화수용자의 관점에서 얼마든지 자신의 생각대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한 소재이며, 이것이 피리 부는 사나이가 아직도 우리의 일상 속에서 친숙하게 살아 숨 쉴 수 있는 이유라는 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보여주는 다양한 영미권의 활용사례를 근거로 보여주었고, 한국 학생들에게는, BTS가 부른 ‘피리 부는 사나이, Pied Piper’ 노래도 예시로 보여 주었다.

 

   이처럼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오히려 하멜른이라는 특정한 장소성을 떼어내고도 충분히 문화소비층의 일상에서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자의성, 일상성과 친숙함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미 언급한 대로 구전문학이던 피리 부는 사나이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파되는 시기에 거쳤던 문자화 과정 또한, 단순히 당대의 미디어에 원형 그대로 수록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문화취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매체의 특성에 맞게 탑재하고 전파되었다는 점에서, 문화소비층의 일상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설 수 있었다. 즉, 모든 역사문화자산이 현재에도 의미 있는 콘텐츠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우리의 일상을 설명하는 도구로 이것들을 활용할 수 있어야 적극적인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때로는 그 역사적 맥락이 본래의 의미와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 사용되어 지더라도, 그것은 그 시대의 가치와 트렌드를 설명하는 또 다른 역사가 부연 설명하면 되는 요인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하멜른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피리 부는 사나이’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이후이다. 전후 황폐화 된 지역 내 제조업 중심의 산업기반을 대체하는 차원에서 문화도시로의 전환을 시도했고, 이들에게 주어진 오래된 역사문화자산을 활용한 문화도시 마케팅을 시작했다. 하멜른이 현재와 같은 규모의 문화관광도시로서의 위상을 가지는 데에는 단순히 피리 부는 사나이의 브랜드 파워만으로 가능했다고는 할 수는 없을 것이고, 이를 중심으로 지역민과 권역 내외의 많은 사람들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가 총체적으로 나타난 것이라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피리 부는 사나이는 20세기 내내 입고 있던 아나로그의 옷을 벗고, 21세기 디지털의 옷으로 갈아 입을 시간이 되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하멜른 사람들이, 계속해서 자신들의 이야기로 피리 부는 사나이를 말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불가피한 변화의 순간이 찾아 왔으며, 700여년 이상 하멜른을 대표해 회자되던 이 이야기가, 앞으로 최소한 50년, 100년을 더 존치할 수 있을 지의 여부와 성패가 가려 질 중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 21세기 새로운 피리 부는 사나이, [하멜른360AR]

 

   내가 하멜른마케팅의 대표인 Mr. Wanger와 처음 만난 건 2017년 7월 이었다. 2016년 6월에 처음 메르헨스트라세를 찾았고, 사무총장을 만나 메르헨스트라세 명칭을 사용한 브랜드 라이센싱에 관한 업무협약 건을 처음 이야기 했었다. 그리고 그해 가을, 겨울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다가 2017년 봄이 되어서야 당장은 그 일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사실 협회 차원에서도 그냥 무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아무래도 60여개 이상의 지자체와 문화관광업 관련 단체들이 함께 하다 보니 모든 것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고, 특히나 독일 사람들이 공문서에 사인하는 걸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그간 아시아권 국가들과 공동 사업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쉽게 체결했던 경험에 비추어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협회 차원의 비즈니스 추진이 어렵게 된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사무총장에게 다시 물었더니, 하멜른 마케팅 대표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했다. 사실 그 당시 하멜른 마케팅의 하멜른시의 대표 자격으로 Mr. Wanger가 참가도시들 중 2년에 한번 씩 돌아가며 맡는 협회 회장 자리에 있으면서, 2016년 여름 이후 내가 메르헨스트라세 협회와 나누었던 모든 내용을 알고 있었으며, 나의 제안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함께 덧붙여 전해 주었다.

 

   그렇게 바로 하멜른에 메일을 보냈고, 두 달 여가 지난 7월에 미팅을 잡았다. 당시 나는 일 년여를 붙잡고 있던 비즈니스 건이 일순간에 날아가 버리게 생긴 터라, 뭐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 간절함만큼 하멜른을 잘 알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메르헨스트라세는 둘째 쳐 놓고라도, 독일 문화자체를 몰라도 너무 모르던 시절인데, 하물며 이젠 하멜른이란 도시까지 새롭게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도 상당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의 마음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던 절박함을 하늘이 아시기라도 하듯, 하멜른 마케팅의 대표는 꽤나 온화한 성품에 열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으며, 처음부터 아주 진솔하게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그간의 답답했던 마음을 해소할 수 있었고, 아마도 그런 궁합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힘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멜른 마케팅 대표는 무척이나 바쁜 여름 시즌인데도, 나를 하멜른 곳곳 행사장과 관련한 미팅 자리에 직접 데리고 다녔고, 내가 한국에서 준비해 간 내용들을 꽤나 많은 시간을 내어 들어주면서 서로의 필요와 공감 요인을 찾기 위해 노력해 주었다.

 

<그림 37> 2017년 하멜른 여름 페스티벌 참관 이미지

 

   그렇게 7월에 미팅을 하고 10월에 다시 방문 일정을 잡으면서, 내가 일차적으로 원했던 독일 지자체와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였고,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국내 업체들과 기관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도 실감콘텐츠란 이름의 뉴미디어 기술들이 꽤나 인기를 얻고 있던 시절인데,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신기술들이 모두 기술 중심적인 사고로 돌아가는 실정이었고, 이 기술을 어떻게 지역문화 활성화 모델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로 의문을 가지는 시기였다. 어쨎든 당시 나는 하멜른에 관한 공부에 덧붙여, 뉴미디어 기술과 트렌드를 지역문화에 접목하는 또 다른 공부를 시작해야 했다.

 

   하멜른마케팅과 나의 목표는 분명했다. 하멜른마케팅은 기존의 침체되어 있는 지역상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새로운 방법과 미디어가 필요했고, 나는 이런 시스템을 하멜른시에 깔고 운영하는 독점적인 사업권을 원했다. 이를 위해 하멜른마케팅은 지역사업자 중 시범사업에 참여할 파트너를 구하기로 했고, 나는 베타버전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한국에서 관련기관과 제작업체를 만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당시 국내 지자체들이 만들었던 각종 뉴미디어 활용사례들을 모니터링 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여전히 기술 중심 마인드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 이상의 성과를 가지지 못하고 있었고, 그저 보여주기 식의 사례에 그치기 일쑤였다. 결국 지자체들이 왜 뉴미디어와 실감콘텐츠를 활용한 문화마케팅을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궁극적인 답을 찾지 못하던 시기였다. 제작업체 또한 공공기관 용역 위주의 사업만을 진행하면서 자체적인 사업모델을 가지지 못했는데, 실감콘텐츠 시장은 용역사업의 형태로만 존재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 중계사업만으로는 사업진행에 한계가 있음을 느끼면서 결국 자체 사업 모드로 전환했다.

 

   뉴미디어를 기획하고 이를 활용한 문화교류사업을 추진하는 일을 주로 해 왔던 나에게, 하멜른을 비롯한 독일 메르헨스트라세와 참가도시들, 그리고 더 나아가 독일은 너무도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흔히 한국에서 중소규모의 기업들이 뉴미디어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경우, 대부분 시장성을 확장하지 못해 어렵게 시스템을 개발하고도 중도 포기하고 마는 상황을 지켜 봐 왔고,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은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을 비롯한 몇몇 아시아권 국가들을 대상으로 시장 확장의 노력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투명하지 못한 비즈니스 관행과 경험부족으로 인해 오히려 아이템과 기술만 도둑맞고 마는 경우 또한 숱하게 지켜보았다. 그러다 지난 몇 해 독일을 경험하면서, 독일은 나름 투명한 비즈니스 환경을 가지고 있고, 분명한 비즈니스 샘플링을 통해 주변 도시와 커뮤니티, 관계 기관을 대상으로 시장을 확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독일의 가장 큰 문제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대한 이해와 기반이 부족하고, 특히 내가 상대하고 있는 파트너인 공공기관은 의사결정이 일반기업에 비해 현저하게 느리다는 점이고, 이 모든 시스템의 효과를 직접적이고 직관적으로 관찰하면서 샘플링을 얻기에는 사실 하멜른의 시장규모가 너무 작았다. 어쨎든 나에게는 당장의 비즈니스 수익보다는 독일에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었고, 뉴미디어 콘텐츠 기획에 관한 기본 요소와 요인, 그리고 무엇보다 하멜른마케팅의 열성적인 지지가 더해져, 본격적인 [하멜른360AR] 기획에 돌입했다.

<그림 38> [하멜른360AR] 메인이미지

 

   [하멜른360AR]은 말 그대로, ‘하멜른+360+AR’ 의 조합이다. 이 말은, 해당 지역이 있어야 하고, 그 안에 방문객들이 느끼는 매력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하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하는 뉴미디어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하멜른 지역문화와의 연결, 지역 내 구성원과 커뮤니티의 참여, 그리고 새로운 미디어를 통한 시장 확장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 얼핏 보면 당연해 보이는 이 말이, 사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당시 국내 지자체의 로컬앱을 보면서 알게 되었고, 앱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목적으로 만드는 가에 따라 그 성격과 쓰임, 그리고 활용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도 이 과정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실 ‘새로움’ 이라는 이슈로 등장하는 뉴미디어는 이미 사회적 합의와 필요에 의해 이 세상에 던져진 것이며, 그 기술이 세상에 등장하고 일반인들이 이를 알게 될 때쯤이면, 이미 그 기술은 더 이상 새로움 보다는 보편성을 지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오래된 미디어의 역사를 통해 익히 알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내가 [하멜른360AR] 이라는 로컬앱을 만들고자 한 시점에, AR이라는 기술에 방점을 찍고 이 기술의 놀라움이나 신기함을 보여주는 무언가를 만들어 나간다면, 다시금 기술 개발의 울타리에 갇히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 결국 나는 이 기술을 어떻게 일상 속에서 그 쓰임을 확장시킬 것인가의 맥락에서, 지역문화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 가장 ‘나’ 다운 선택이었고, 이것이 신기술의 활용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

 

   2018년에 독일 메르헨스트라세와의 협업, 하멜른과의 업무협약(MOU) 등을 근거로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개설한 뉴콘텐츠센터라는 곳이 입주하게 되었는데, 이곳에서 이러한 콘텐츠 개발의 방향과 역할에 대해 같이 했던 스타트업 동지(?)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게임, 애니메이션, 뉴미디어 영상 등 뉴콘텐츠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기업들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고, 함께 협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모색했는데, 어쨎든 [하멜른360AR]의 기본적인 구현 시스템은 이곳에서 함께 한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한편으로 하멜른마케팅과 이야기 나누면서, 시스템 안에 장착 할, 정말로 콘텐츠적인 이야기와 구성, 그리고 비즈니스 로드맵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였다. 이때부터 [하멜른360AR]의 메인캐릭터, 스토리라인, 로드맵, 그리고 그 안에 담길 내용들이 하나씩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그림 39> [하멜른360AR] 비즈니스 로드맵

 

   우선 하멜른마케팅과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가 메인 캐릭터였다. 기존 하멜른의 공식로고나 캐릭터와 동일 선상에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메인 캐릭터의 분위기를 현재 하멜른시에서 사용하고 있는 버전을 차용하기로 했다. 나이대도 너무 어린 분위기 보다는 조금은 중년의 느낌이 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이르게 되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는 현재 하멜른마케팅의 공식 피리 부는 사나이(?) 인 Mr. Boyer의 이미지와 맞추기 위함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가, 주요 등장 캐릭터 중에 하나인 ‘쥐’의 형상인데, 하멜른의 쥐는 우리가 흔히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마우스’ 와는 개념이 다르다는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사실 모바일 앱에 등장하는 쥐의 캐릭터를 그렇게까지 세세하게 그려 낼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그저 ‘마우스’ 스럽지 않은 쥐의 모습으로 보여주기로 했다. 어쨎든 이러한 컨셉을 중심으로 주요 캐릭터인 ‘피리 부는 사나이’ 와 ‘쥐’ 의 모습을 구현하었다.

 

   사실 처음 [하멜른360AR] 기획에 들어가면서, 아주 오래된 이야기인 ‘피리 부는 사나이’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새로운 스토리라인을 잡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이 안에 우리가 지금 이것을 만들고 구현하려는 이유와 목적, 그리고 이를 위한 방법들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너무도 흔하게 잘 알려진 이야기 소재, 사실 그래서 무언가 색다른 메시지를 찾아내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지만, 사실 ‘색다름’ 보다는 ‘진정성’ 이라는 단어가 피리 부는 사나이와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700년 전 피리 부는 사나이가 화가 난 이유가 하멜른의 어른들에게 돈을 받지 못해서 일까? 아니면 그들이 자신과 맺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일까? 뭐 둘 다 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나는 ‘피리 부는 사나이’ 가 내포하고 있는 가장 함축적인 메시지와 키워드로 ‘약속’을 잡기로 했다. 그리고 미래의 유저들에게 새로운 ‘약속’을 제시하면서 게임의 인트로를 완성했다. “이번에 다시 하멜른에서 쥐를 잡아주시면, 여러분들의 노고에 보답하는 선물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꼭 약속을 지킬 테니, 제발 저희 아이들을 데려가지 말아주세요. 제발~”

 

<그림 40> [하멜른360AR] 인트로 이미지

 

   [하멜른360AR]에서 쥐를 잡은 유저들에게 약속 한 선물은, 다름 아닌 지역사업자들이 제공하는 각종 기념품과 할인 쿠폰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하멜른360AR]의 성패는 하멜른 관내에서 얼마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였고, 결국 지역민과 지역사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관건이었다. 지자체가 문화도시마케팅을 진행하는 가장 큰 이유와 목적? 결국 지역민들이 이곳에 살면서 얼마나 만족할 수 있을 것인가의 맥락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지역에 살고 있는 개인이 얼마나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살고 있는 지를 나타내는 지표는, 지역에 살고 있는 지역민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할 수 있지만, 어쨎든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무너지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노력이 공공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림 41> [하멜른360AR] 지역사업자 비즈니스 관계도

 

   문화도시마케팅의 방점이 단순히 지역의 경제적인 수단으로 전락할 경우 생기는 다양한 문제와 지적은 우리가 지역 문화를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분명히 고려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이지만, 그렇다고 점점 쇠퇴해 가며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지역 경제의 문제를 단순히 문화적 차원에서만 다룰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수 있고, 이러한 방안 중에 하나로 문화적인 측면에서 제안할 수 있는 방안들이 있을 수 있다. 문화경제적인 측면에서 지역 내 시장이 붕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 결국은 시장에 다시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럼 한번 떠난 사람들을 어떻게 다시 모이게 할 수 있을까? 아직 떠나지 않은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계속 머무르게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새로운 사람들이 이곳을 찾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러한 생각들에 대한 답을 아주 올드(?) 한 경영학의 방법론인 SWOT 분석으로 살펴보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 로드맵도 작성했다.

 

<그림 42> 하멜른 문화관광시장 SWOT 분석

   생각처럼 하멜른 지역 사업자들을 동참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2017년 10월에 하멜른마케팅과 업무협약을 맺고 한국으로 돌아가, 함께 플랫폼 비즈니스를 진행할 파트너를 찾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을 겪으며 2017년을 그렇게 보냈고, 처음의 생각과 비교해 규모를 대폭 축소하면서 자체 사업화를 추진해 보자는 취지로 2018년 6월에 뉴미디어센터에 입주해 이런 저런 시행착오 끝에 2019년 초에 베타버전을 만들어 다시 하멜른을 찾았는다. 그리고 하멜른 올드 타운 내 아이스크림가게, 카페, 호텔, 백화점 등 크고 작은 사업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미팅을 가졌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스템으로 그들과 소통하는 참여를 유도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관내 공공기관인 하멜른 박물관과도 박물관 내 다양한 이야기 소재들을 활용한 시스템 구축에 관한 협의를 진행했지만, 어찌 보면 당시 관련 기관들과의 협의는 1차 시스템이 완성된 이후 2단계 사업진행 과정에서 협의할 만한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하멜른360AR]의 1차 목표를 권역 내 새로운 미디어 시스템 도입을 지역 커뮤니티에 알리고, 이를 통해 향후 발전적인 관계를 도모하는 교두보를 형성하는 데 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 실망할 일 만은 아니었다. 2017년부터 시작된 하멜른마케팅과의 관계, 그리고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처음의 의도와 달리 자체사업화를 시도하면서 일정 부분 한국 정부의 지원까지 받아냈으며, 그렇게 완성한 베타버전을 가지고 하멜른 관내 지역사업자들과 소통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역 언론들을 통해 언론 PR 까지 진행하게 되면서, 왠만해선 그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독일 사람들의 머릿속에 [하멜른360AR]의 이미지를 심고 존재를 알리는 데 까지는 성공한 상태이다. 그리고 이제 하멜른마케팅이 약속을 지킬 차례가 되었다. 어차피 하멜른 관내 마케팅과 프로모션, 그리고 지역사업자를 참여시키는 역할은 하멜른마케팅이 진행해야 할 부분이었다.

 

<그림 43> [하멜른360AR] 언론노출 및 시연 이미지 ​

 

   그렇게 2019년 봄, 여름 시즌을 거치면서 본 시스템을 관내 지역사업자와 파트너에게 알리는 작업을 공동으로 진행한 후, 하멜른마케팅과 메르헨코리아는 다시 서로의 역할을 나누고 수행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 그동안 한국정부와 관계기관들에게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했던, ‘왜 우리가 독일 지자체의 미디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가?’ 라는 명제를 설명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왜 하멜른에 가서 이런 저런 일들을 벌이고 있는지에 대해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처음 메르헨스트라세를 방문하고 이들과 이런 저런 교류를 만들고자 했던 이유는 비단 사업적인 마인드만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2012년에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난 후, 사실 나의 인생은 몇 해 동안 정체기를 겪고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십년 넘게 방송제작과 관련한 사업을 진행하다가 뒤늦게 다시 시작하게 된 공부, 사실 공부 자체에 큰 흥미를 가지고 대학원에 진학했기 보다는, 방송외주제작을 진행하면서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고, 무언가 나만의 테마를 가지고 새롭게 영상을 제작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갈증에 선택했던 것이 문화콘텐츠라는 신흥학문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거치며 예전에 전혀 생각하지 못한 환경에 다시금 던져지게 되었는데, 기존에 하던 프로덕션을 정리해야 하는 시간을 가졌고, 박사학위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야 했다. 그러면서 사업자라는 신분 이외에 연구자라는 신분이 하나 더 생겼던 것이다.

 

   메르헨스트라세와의 첫 만남은 이렇게 연구자라는 신분에서 쇠퇴해 가는 지역문화를 어떻게 활성화 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접근한 면이 더 컸다. 그러면서 독일의 중소도시들이 도시연합체 구성을 통해 테마공동체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고, 이러한 모델을 한국의 지방 중소도시에도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연구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도시연합 테마공동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뉴미디어 시스템을 접목하고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였는데, 이를 위해 현재 샘플링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이 [하멜른360AR]이었다. 내가 하멜른과 뉴미디어 시스템구축에 관련한 업무협약을 맺고, 어떻게 하면 이것들을 사업적으로 구상화시킬 수 있을지에 관해 몰두하면서, 전체적인 그림과 로드맵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연구자의 신분에서 이 주제를 바라보니 새로운 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교육부에서 지방 소재 대학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사업 중에, 학생들에게 해외문화를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실질적인 취업과 창업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글로벌 프로그램이 있었고, 이 사업을 활용할 수 있다면, 내가 연구자 신분으로 원래 하고 싶었던 일들과, 비즈니스 관점에서 추진하고자 했던 샘플링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내가 속한 학회 회원들인 해당 대학교의 교수들과 협의를 시작하면서 메르헨코리아의 새로운 아이템인 메르헨캠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2019년 11월 새롭게 준비한 아이템인 메르헨캠프를 들고 다시 하멜른을 방문했다. 하멜른마케팅과 메르헨코리아는 아직 [하멜른360AR] 베타버전만을 가지고 있었고, 부족한 시스템으로 지역 사업자들을 유치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시점에 메르헨캠프는 하멜른마케팅과 메르헨코리아 모두에게 새로운 모멘텀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사업은 가장 하멜른마케팅다운 사업이었고, 이를 통해 [하멜른360AR]을 다시 하멜른 지역 내에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렇게 하멜른마케팅으로부터 메르헨캠프 현지 진행 부분에 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 받고 돌아와 2020년 뜨거운 여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2020년 2월 갑작스레 찾아온 코로나시기를 거치게 되면서 그동안 준비했던 모든 것들이 다시 정체 상태에 빠져 들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올곧이 연구자 신분으로 돌아가 메르헨과 관련한 논문을 쓰고, 온라인상에서 이런 저런 강의를 진행했고, 화상 국제학술대회에 하멜른마케팅과 함께 참여하는 등 조용한 활동을 하며 보냈다. ‘코로나가 끝나면?’을 상상하며, 이런 저런 공상과 망상에 빠져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2022년 여름, 다시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되자마자 하멜른으로 향했다. 사실 나는 한국에 있는 동안 워낙 외부활동이 적을 수밖에 없었고, 그저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소식들 이외에는 코로나시기를 직접적으로 체감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은데, 하멜른마케팅은 시장 전체가 ‘셧 다운’ 되면서 그간의 모든 활동이 전면 중단되었고, 주 정부 차원의 공공사업만을 수행하며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그간의 어려웠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이제 막 코로나로 인한 전면 폐쇄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다보니, 외부 방문객들의 숫자가 한참 일 때와 비교하면 턱 없이 모자라는 상황, 결국 문화도시마케팅이라는 게 사람들이 빈번하게 활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문화관광 분야의 타격은 이만 저만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하멜른에 와서 실감하게 됐다. 어쨎든 하멜른마케팅은 그동안 진행하지 못했던 몇몇의 디지털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사이 메르헨스트라세 협회도 AR앱을 만들었고, 슈타이나우는 AR과 VR로 도심을 체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제 메르헨캠프의 이름으로, 학생들과 함께 또 다른 메르헨을 체험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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