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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mm Meta

Grimm Meta_그림형제와 글로벌 플랫폼_5장

by 메르헨tv 2024. 9. 3.

#Grimmmeta_contents_series_Book

#Brueder_Grimm_and_Global_Plat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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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022. 12. : 메르헨 캠프

 

   2022년의 여름은 어느 때보다 뜨겁게 보냈던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 2년 반 동안 미루어왔던 일들, 그리고 무엇보다 일 년에 서너 차례 이상 독일을 오가는 비행기를 타고, 몇 달을 이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새삼 그립기까지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독일 행은, 그간 독일을 오가던 의미들을 새로운 틀에 담아 보여주는 시도, 메르헨캠프를 준비하는 여정이기에 좀 더 특별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보여줄 내용을 영상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급했던 것 같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의 시기를 거치며 습관적으로 온라인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었고, 비대면(untact)으로도 충분히 학습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들을 경험했다. 막연히 디지털의 시대 문화관광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것들이 실제 일상 속에서 그 필요를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코로나 시기 동안 대학교에 입학하고,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학교 수업을 들으며 반쪽짜리 학교생활을 하고, 어느 덧 졸업을 생각하며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독일과 메르헨스트라세가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것 같다. 또한 같이 캠프를 준비했던 참가 대학교 교수들의 당부대로, 독일 메르헨캠프가, 단순히 학창시절 학교에서 보내 준 ‘공짜’(?) 해외여행 수준에 그치면 안 된다는 강박이 꽤나 심했는데, 어쨎든 그런 저런 스트레스가 2022년 여름과 가을, 또 다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다시금 메르헨스트라세의 도시들과 주요 스팟을 돌아다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고, 2022년 12월 말, 드디어 첫 번째 메르헨캠프가 겨울 방학과 함께 시작되었다.

 

-. 두 번의 메르헨캠프

 

   메르헨스트라세는 하나우에서 브레멘까지 600여 Km에 이르는 가도이지만, 고속도로나 대중교통으로 타고 한번에 둘러볼 수 있는 코스는 아니며, 여행자들이 자신의 문화적 기호나 취향에 따라 새로운 테마를 만들고 이에 맞추어 구간별로 이동하면서 둘러보면 되고, 사실 그 중간의 이동수단 또한 다양한 루트의 방문일정을 만들면 된다. 즉, 한번의 방문으로 600여 km의 테마길을 따라 60여 개에 달하는 모든 참가도시들을 둘러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에 여행의 목적과 취향에 맞춰 새롭게 동선을 만들면 된다. 이에 메르헨캠프는 크게 세 가지 목표에 맞추기 위한 동선을 만들었는데, 우선 우리가 메르헨스트라세를 방문하는 목표에 맞추어 메르헨스트라세의 기본 구성과 운영을 개론적으로 알 수 있는 코스로 구성하였다. 이에 카셀, 하나우, 슈타이나우, 하멜른, 브레멘 등 대표 거점도시들을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메르헨스트라세를 둘러볼 수 있는 동선을 만들고, 거점 도시들을 중심으로 몇몇 특징을 가진 도시를 둘러 볼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참가도시들의 계절마케팅을 차별적인 문화마케팅 차원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겨울시즌은 크리스마스 마켓, 여름시즌은 여름 페스티벌을 부제로 잡고 구성하였다.

 

<그림 44> [메르헨캠프_겨울, 여름] 프로그램 컨셉

 

   그리고 이 거점도시들을 단순히 방문하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메르헨스트라세를 구성하고 있는 중추 기관인 메르헨스트라세 협회, 하멜른마케팅, 그리고 슈타이나우 박물관을 방문하여 강연, 세미나 및 워크샵 진행하는 일정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팀 단위의 미션을 주고, 이들이 캠프 기간 체험한 내용을 영상으로 제작해서 발표하고 전문가의 멘토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메르헨캠프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면 메르헨스트라세 협회 차원의 수료증을 발급해 주었고,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은 참여도시와 협희의 홈페이지와 SNS, 지역신문을 통해 독일 현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메르헨캠프2022_겨울]은 그해 여름 시행하기로 했던 일정이 한 학기 연기되면서, 계절마케팅을 비롯해 많은 내용들을 다시 구성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여름부터 준비한 내용들이 겨울까지 이어지면서 오히려 내용은 풍성해 졌다. 메르헨스트라세 협회 담당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면서, 인근도시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둘러볼 수 있었고, 새로 소개받은 그림형제 재단과의 미팅을 통해 그림형제와 독일 메르헨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는 강연과 세미나를 준비할 수 있었다. 또한 슈타이나우의 AR, VR 활용사례를 통한 뉴미디어 워크샵을 준비하였고, 하멜른의 경우 4박 5일의 일정동안 하멜른마케팅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피리 부는 사나이 시티투어, 하멜른마케팅 대표 특강, 뮤지컬 로빈후드 관람 등 다양한 일정을 담을 수 있었다. 이외의 일정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참가도시들을 방문하여 팀 단위로 영상제작을 진행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준비했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메르헨캠프의 성격을 미디어 특화 프로그램으로 차별화시켜 나갔다.



<그림 45> [메르헨캠프2022_겨울] 커리큘럼

 

   이렇게 준비한 [메르헨캠프2022_겨울]은 11월 경 학생선발이 완료되면서 구체적인 일정이 진행되었따. 교육부 링크사업단의 공유협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메르헨캠프는, 안동대, 강릉원주대, 제주관광대, 부경대, 경민대 등 총 5개 대학 14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해당 학교에서 수행하고 있는 교육부 링크사업의 가장 큰 주제인 ‘지역문화 활성화 방안 모색’ 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지역의 학생들이 글로벌 문화체험을 통해 해당 지역의 문화를 활성화하는 새로운 기회를 도모한다.’ 라는 측면에서 프로그램의 성격과 부합하였다. 또한 다양한 지역과 전공의 학생들이 하나의 큰 테마로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었고, 상대적으로 해외여행의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글로벌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 학생들을 모집하고 일정을 진행하면서, 준비한 프로그램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사전교육 시스템이 부족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고, 아무래도 어려서부터 친숙한 미국 문화권 국가들과 달리 독일은 학생들에게 문화적으로 멀게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아쉬웠다.

 

   메르헨캠프의 기본 동선은 크게, 하나우를 출발해 슈타이나우을 거쳐 카셀에 도착하는 1단계, 카셀과 주변 북부 헤센도시를 방문하는 2단계, 마지막으로 하멜른에서 브레멘까지 니더작센 지역을 둘러보는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단계별로 프로그램을 구분하고, 이에 따른 영상 및 관련 교육 자료 및 커리큘럼을 준비하는 기간은 길었지만, 학생들이 이러한 내용들을 사전에 숙지하고 정해진 프로그램에 임하기에는 현실적인 시간이 부족하긴 했다. 이렇게 사전 준비 단계부터 이런 저런 아쉬움과 시행착오를 겪고 있던 [메르헨캠프2022_겨울]은,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12월 26일 인천공항 인근 호텔에 모이며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튿날 13시간을 날아 메르헨스트라세의 시작도시 하나우에 도착하였고, 다음 날 메르헨스트라세의 출발점인 그림형제 동상 앞에서 그 여정을 시작하였다.

 

<그림 46> [메르헨캠프2022_겨울] 전체 일정 및 동선

 

   하나우는 프랑크푸르트 인근도시로, 근대 이후 독일 철도망 건설이 시작되면서 프랑크푸르트와 함께 교통의 요지로 성장해 왔다. 예부터 금속 및 보석류 등을 다루는 가내수공업이 발전했다고 하는데, 특히 중세시대 프랑스에서 정치적인 박해로 넘어 온 위그노들이 독일 지역으로 망명하면서 당시 많은 기술과 자본을 가지고 들어왔다고 하며, 이들 중 하나우에 정착한 이들을 중심으로 가내 수공업이 발전하게 되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사실 위그노는 독일 메르헨과 맥을 같이하는 측면이 있는데, 16세기 종교전쟁으로 독일로 넘어 온 위그노들에 의해, 당시 프랑스와 독일에서 구전되던 이야기들이 섞이면서 비슷한 맥락의 다른 버전 이야기들이 각각 프랑스와 독일에 전해지게 되고, 프랑스는 페로동화로 독일은 그림동화로 각각 출간되면서 후일 이 이야기책 속에 담긴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등 몇몇의 이야기들이 서로 자신들의 것이라 주장하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그림 47> [메르헨캠프2022_겨울] 하나우 그림형제 동상

 

   이러한 면면들은 당시 독일과 프랑스의 문화가 적극적으로 융합할 수밖에 없는 역사적 배경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그림형제는 18세기 말 하나우에서 태어났고, 유년시절을 보냈던 슈타이나우로 이주하기 전까지 살았다고 한다. 하나우는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도시 전체가 크게 폐허가 되었는데, 그림형제의 생가 또한 이때 유실되었다고 한다. 현재 하나우는 ‘그림형제의 도시’로 문화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하나우의 대표 공원인 필립스루에(Philippsruhe)에서 메르헨을 테마로 한 어린이 박물관(Grimm Maerchen Reich)을 운영하고 있고, 여름 시즌 도심 곳곳에서 다양한 메르헨 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있다.

 

<그림 48> 하나우 크리스마스 마켓

   하나우에서 동북쪽에 위치한 헤센의 작은 시골 마을인 슈타이나우(Steinau)는 그림형제가 아버지의 직업을 따라 이주하여 유년시절을 보낸 도시이다. 슈타이나우는 예부터 프랑크푸르트와 바이마르, 작센 등 독일 동북부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였으며, 특히 괴테가 제 2의 고향이라 칭하던 바이마르를 지나던 길로도 유명하다. 슈타이나우 입구에 세워 진, 프랑크푸르트와 라이프찌히까지의 거리를 적어 놓은 비석이 오랜 시간 슈타이나우가 지녀 온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지금은 고속도로, 고속철도 등 독일 내 주요 교통망이 이 도시를 지나지 않으며 예전 교통 요지로서의 기능은 퇴색했으며, 오래된 헤센의 모습만을 간직한 소박한 농촌 마을이 되었다.

 

   슈타이나우는 작은 도시규모에 비해 시 차원의 문화마케팅을 꽤나 열심히 진행해 오고 있으며, 한동안 가족단위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마리오네트 극장에서 공연하던 인형극이 대표적인 문화상품이었다. 그리고 그림형제가 거주했던 집을 개조하여 그림형제박물관으로 개조하여 18-9세기 독일 가정의 일상을 알 수 있도록 보여주면서, 독일 메르헨과 관련한 그림형제의 일대기와 다양한 캐릭터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체험해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전시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슈타이나우의 문화관광 프로그램은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고, AR, VR 등 뉴미디어를 활용해 기존의 문화자산을 디지털화하는 새로운 문화상품 개발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한다.

 

<그림 49> [메르헨캠프2022_겨울] 슈타이나우 그림디지털 강연 & 워크샵

 

​   메르헨캠프가 슈타이나우를 방문한 가장 큰 목적은, 이처럼 ‘역사문화자산를 활용한 뉴미디어 개발 목적과 현황’ 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우선 그림형제박물관장의 안내로 박물관내부의 전시와 체험관을 둘러보고, 이후 역사문화자산을 활용한 로컬앱인 ‘그림디지털(Grimm Digital)’에 대해 앱 개발자의 강연과 함께, 1시간 남짓 슈타이나우의 올드타운을 돌며 시연해 보는 워크샵을 가졌다. 그렇게 꽉 찬 하루를 보내고, 2단계 일정이 시작되는 북부 헤센의 중심도시 카셀로 넘어갔다.

 

   카셀은 명실상부한 메르헨스트라세의 수도이고, 메르헨스트라세 협회가 위치해 있다. 그림형제가 19세기 카셀공국의 사서로 일하며 북부 헤센지역을 중심으로 떠돌던 메르헨을 문자화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거쳤고, 이와 관련한 다수의 역사문화자산이 그림형제박물관, 그림형제재단 등에 보관되어 있으며, 카셀시는 이러한 역사문화자산을 중심으로 2003년에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켰다. 그리고 메르헨스트라세 또한 1970년대 카셀시 문화관광 분야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그림형제와 독일 메르헨을 테마로 테마가도를 운영해 보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1973년 슈타이나우에서 처음 선포식을 갖고, 1975년도에 공식 운영에 들어갔다. 이후 카셀은 그림형제 관련 역사문화자산을 활용한 자체적인 도시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메르헨스트라세 전체 운영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림 50> 2022년 연말 카셀 도심 이미지

 

   메르헨캠프가 카셀에서 진행한 주요 프로그램은, 그림형제와 독일 메르헨에 관련한 역사문화자산을 실제로 접하면서, 이와 관련해 커뮤니티 단위의 어떤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를 살피는 것이었다. 또한 이번 캠프 기간 방문하는 도시 중 유일하게 12월 말까지 크리스마스마켓을 운영하는 도시여서, 이제 한국인들에게 꽤나 유명해진 이 행사를 참관하면서 독일 지자체의 계절마케팅 현황을 둘러볼 수 있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셀시 자체 뿐 아니라, 카셀이 어떻게 주변의 중소도시들과 권역을 이루고 협력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도 중요했는데, 이를 위해 카셀 인근의 한뮌덴을 방문하였다. 우리가 방문한 12월 말은 대부분 기관들이 휴무에 들어가는 시즌이라 꽤나 어수선한 분위기이기도 했지만, 관련 기관들의 적극적인 협력에 힘입어 무사히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카셀은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명불허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며, 조금 더 독일스러운 맛을 느끼며 2022년의 마지막과 2023년의 처음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

 

   카셀 1일차에 처음 방문한 곳은 그림형제재단이고, 메르헨스트라세 협회 관계자분들이 함께 동행해주시면서, 그림형제와 독일 메르헨, 그리고 메르헨스트라세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메르헨캠프 기간 그림형제재단과 메르헨스트라세 협회를 방문하고 강연과 세미나를 가지는 것은, 이들이 왜 역사문화자산을 테마로 삼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현재 시점에서 활용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현재 시점에서 그림형제와 독일 메르헨이 이들의 일상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연결하면서 현재 메르헨스트라세가 어떤 포인트로 현재화 시키고 있는지에 관한 강연은 오랜 시간 메르헨스트라세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나에게도 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던져주고 있었다.

 

<그림 51> [메르헨캠프2022_겨울] 그림형제재단 워크샵

 

   그림형제재단은 그야말로 그림형제와 독일 메르헨에 관한 모든 것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곳이었다. 이곳의 책임을 맡고 있는 Dr. Lauer 박사는 마부르크대학에서 메르헨을 전공하였고, 그림형제와 독일 메르헨 관련 각종 자료들을 취합하면서 이를 분석하는 작업을 평생 진행해 왔으며, 카셀에 정착하면서 카셀시 그림형제 위원회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현재 그림형제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그림형제재단의 활동은, 단순히 그림형제와 독일 메르헨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전 세계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분석하면서 독일 메르헨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날 마련된 강연은, 그림형제의 일상과 관련해 카셀에서 그림형제가 어떤 일들을 했고, 그들이 모은 독일메르헨이 독일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관해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강연해 주었다. 독일 메르헨과 당대의 프랑스, 이탈리아의 구전동화들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설명은, 그림형제의 작품집이 전 세계로 널리 퍼져 나갈 수 있는 요인을 문학적인 측면으로 설명해 주는 귀중한 자리였다,

 

<그림 52> [메르헨캠프2022_겨울] 메르헨스트라세 협회 및 앱 소개

 

   그림형재재단과 메르헨스트라세협회의 강연과 세미나를 통해 그림형제와 독일메르헨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을 숙지하고, 2일차와 3일차는 카셀 시내의 역사문화유적지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설명한대로, 카셀은 18-9세기 카셀공국이 전성기를 맞으며 당대의 북부 헤센의 중심도시로서 많은 역사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이다. 중세시대 남부헤센지역이 다름슈타트, 기센 등 지역패권을 두고 경합을 벌이던 시기, 헤센 북부지역은 상대적으로 그 힘이 세지는 않았지만, 남부헤센의 정치적 영향력이 쇠퇴하기 시작한 18-9세기에 들어 북부 지역의 카셀 공국이 그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했으며, 19세기 후반 프로이센에 의해 독일이 통일 될 당시 프로이센의 편에 서게 되면서 왕국으로의 지위까지 하사 받을 정도로 독일 중부지역에서 급성장하는 시기를 거치기도 했다. 그림형제가 궁중사서로 일하고 있던 Wilhelmshoehe 궁전은 당시 카셀 공국의 왕궁으로, 나폴레옹이 독일을 침공했을 당시 나폴레옹의 수하들이 이곳에 상주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이렇듯 역사적인 굴곡이 심했던 시기, 독일의 한 가운데인 이곳에 그림형제가 이곳에 살았고, 급변하는 세계정서 속에서 나름의 일상을 살았다고 생각하니, 이제는 그저 평안하게 보이기만 하는 카셀의 역사문화 유적들이 꽤나 치열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렇게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그림형제는 독일 메르헨을 채록하고 문자화하는 역사적인 과업을 이룬 것이다.

 

   카셀에서 보낸 4일의 시간 동안, 학생들은 그림형제재단, 그림형제박물관, 빌헬름스훼헤 성과 주변 유적지, 그리고 다운타운에 있는 칼스아우에 주립공원과 오랑게리성 등 카셀 시내의 수많은 문화유산을 둘러보며 그림형제와 독일 메르헨,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카셀시의 문화마케팅과 관련한 다양한 요인들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출국에서부터 슈타이나우까지의 1단계가, 자발적으로 구성한 팀 단위로 그들이 메르헨스트라세에서 경험한 내용들을 어떤 영상으로 제작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기획의 시간이었다면, 2단계인 카셀부터는 본격적으로 제작 계획을 세우고 방향을 정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1단계까지는 시차문제 등 여러 가지로 물리적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정신이 없을 법도 하였지만, 이제부터는 서서히 ‘내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도는 알아야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영상제작을 처음 경험하는 친구들도 많았고, 무엇보다 어른들도 쉽게 풀지 못하는, ‘지역소멸 위기 탈출’에 관한 아이디어를 단 며칠 만에 가지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본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문제와 연결하면서 그 해법을 모색해 본다는 것은 어찌 보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학생들이 9000킬로미터를 날아와, 정해진 시간 안에서 최대한 열심히 이들에게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한다는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되었고, 매일 밤 가지는 팀 단위 멘토링이 조금씩 방향을 잡아나가고 있는 것 같아 기특한 마음마저 들었다. 아마 학생들도, 그저 단순히 13박 15일짜리 독일 여행을 와서 부담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만 했다면, 한국으로 돌아간 뒤에 기억 속에 남는 것이 별로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나랏돈으로 여기까지 데려왔으니, 최대치의 교육적인 효과를 가져야 한다는 의무감도 사실 있었던 것 같다. 어쨎든 카셀에서 보낸 시간은 낮과 밤이 꽤나 정신없었던 건 사실이다.

 

   카셀에서의 마지막 날, 카셀 중앙역에서 30여 분 지역기차를 타고 인근 한뮌덴으로 갔다. 카셀이 지형적으로 헤센의 마지막에 자리잡고 있고, 카셀 권역의 작은 도시들이 니더작센과 접경을 이루고 있으며, 그렇게 헤센과 니더작센이 경계를 이루며 처음 니더작센이 시작하는 도시가 한뮌덴이다. 또한 헤센쪽에서 흘러들어오는 풀다강과 동쪽 튀링겐지역에서 흘러오는 베라강이 이곳 한뮌덴에서 만나 베저로 이름을 바꿔 니더작센의 중앙을 관통하며 흐르게 되고, 북쪽의 브레멘을 끝으로 그 이름이 북해로 바뀌게 된다. 한뮌덴은 이러한 지형적인 영향으로 예부터 서로 다른 문화들이 뒤섞이면서 다양한 문화를 품고 성장해 왔으며, 특히 한뮌덴의 아름다운 배경을 바탕으로 많은 문학작품이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한뮌덴의 알트타운에 들어서면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증명이라도 하듯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의 고풍스러운 옛 모습을 꽤나 많이 간직하고 있다.

 

<그림 53> [메르헨캠프2022_겨울] 한뮌덴

 

​   하지만 한뮌덴 알트타운 내에 꽤나 많은 호텔과 카페들이 즐비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마도 우리처럼 꽤나 먼 곳에서 온 여행자들은 한뮌덴을 일부러 찾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풀다강을 따라 마련된 캠핑장을 보면서, 참여 도시들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문화마케팅의 목적이 달라진다고 메르헨스트라세 협회에서 들었던 설명이 기억났고, 한뮌덴은 이러한 맥락에서 자연경관을 이용한 국내마케팅에 집중하는 도시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권역으로는 니더작센의 괴팅겐군에 속하는 도시이고, 카셀과 괴팅겐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니 인근 대도시에서 짧은 여행코스로 이곳에 들리는 방문객들이 많고, 캠핑, 글램핑, 자전거 투어 등 개인의 문화적 취향에 맞춰 여행계획을 짜고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 오후, 한가로이 도심을 산책하듯 방문하기에는 꽤나 낭만적인 분위기를 가지는 도시였고,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큰 부담 없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한나절 한뮌덴을 둘러보고 다시 카셀로 돌아와 크리스마스 마켓을 둘러봤다. 바야흐로 2022년의 마지막 날, 나도 더 이상 학생들을 호텔방에 가두고 멘토링을 진행할 수 있는 명분이 없었다. 그렇게 학생들이 보고 싶었던 카셀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둘러보며 그간의 여독을 풀며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고, 한해를 마무리하고 준비하며,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카셀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피리 부는 사나이’의 도시, 하멜른으로 넘어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림 54> 카셀 크리스마스마켓

 

   2023년의 시작은 하멜른으로 이동하며 헤센과는 사뭇 다른 니더작센의 시골 정취를 새롭게 느끼며 맞이하였다. 꽤나 오랫동안 메르헨스트라세를 다니고 있는 나도 그동안은 주로 기차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다보니, 헤센과 니더작센의 경계를 이루는 작은 도시들을 이리도 가까이 지나쳐 보는 것은 처음이었고, 새삼 메르헨캠프에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렇게 두 시간여를 달려 하멜른에 도착하고,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는 하멜른마케팅이 겨울 시즌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뮤지컬 로빈후드’를 관람하였다. 이 공연은 하멜른마케팅이 헤센주 풀다(fulda)시에 자리한 전문 뮤지컬 극단의 프로그램을 유치하면서, 겨울 시즌 한 달여 하멜른에서 장기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작품이며, 전국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은 공연이었다. 이번 뮤지컬 로빈후드의 공연일정은 2023년 1월 첫째 주까지 진행되었는데, [메르헨캠프_겨울] 일정이 운 좋게도 이 일정을 맞출 수 있었다. 2023년을 이곳 독일에서 꽤나 수준 높은 공연을 관람하며 우아하게 시작한 것 같은 기분이 뭔가 색다르기까지 했다.

 

<그림 55> 하멜른 뮤지컬 로빈후드 관람

 

   하멜른 2일차 일정은, ‘피리 부는 사나이’가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에 찾아오면서 시작되었다. 하멜른마케팅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표 문화상품 중에 하나인, ‘피리 부는 사나이’ 시티투어, 대개는 하멜른마케팅 건물 앞에서 시작해 올드 타운을 1시간 여 둘러보며 설명하면서 끝나는데, 오늘은 우리를 조금 더 환영하는 차원에서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까지 찾아와 주었다. 그리고는 하멜른시청사 앞의 ‘피리 부는 사나이와 아이들’ 조각상 앞에서 오래 된 하멜른의 이야기를 시작하였고, 우리 학생들을 데리고 올드 타운 곳곳에 묻어있는 피리 부는 사나이와 관련한 흔적들을 소개해 주었다. 오전 시간을 피리 부는 사나이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함께 하였다.

 

<그림 56> 하멜른 시티투어

 

   오후 시간은 하멜른마케팅의 Mr. Wanger의 특강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카셀에서 보낸 시간은, ‘그림형제와 독일 메르헨을 테마로 한 메르헨스트라세 구성과 운영’에 관해 메르헨스트라세협회와 그림형제재단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면, 하멜른에서는 ‘메르헨스트라세 참여 도시들의 문화마케팅 현황과 목표’를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진행한 1시간여의 강연은, 하멜른마케팅이 어떻게 출발하게 되었고, 현재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 그리고 현재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내용들을 중심으로 진지한 내용들로 이어졌다. 사실 개별 도시의 입장에서 메르헨스트라세에 참여하고 있는 그 자체가 목표일 수는 없다. 그리고 저마다 다른 목표와 비전을 어떻게 공유하고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인가의 맥락이 테마공동체를 유지하는 가장 큰 관건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하멜른이 메르헨스트라세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를, 하멜른과 권역 내 도시들이 공동의 목표와 비전을 이루어 가기 위한 과정에서 설명하고 있는 포인트가 인상 깊었으며, 이를 위해 하멜른 권역 내 도시들과 어떻게 역할을 나누면서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 구체적인 전략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그림 57> 하멜른마케팅 대표 강연

 

   아침부터 ‘피리 부는 사나이’와 함께 시작한 일정은,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하멜른마케팅의 홍보 담당자로 돌아 온 Mr. Boyer의 강연을 듣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다른 메르헨과 어떻게 다른가?’ 라는 주제로 이 강연 또한 1시간여 진행되었는데, 하멜른의 입장에서 하멜른의 문화유산인 피리 부는 사나이가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포인트에서 문화적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지에 관해, 그동안 수집한 ‘피리부는 사나이’ 에 관한 다양한 자료와 해외활용 사례를 보여주고 설명해 주는 자리였다. 어느 해인가 하멜른마케팅에서 Mr. Boyer가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진행 한 내용을 보고, 이번 캠프에서 특별히 부탁한 것이었다. Mr. Boyer는 미국사람이고, 20대에 독일로 넘어와 하멜른에 정착하였다는데, 개인적으론 독일의 전통문화와 이야기를 독일 사람들에게 강연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왔고, 무엇보다 하멜른이 ‘피리 부는 사나이’를 단순히 권역 내 오래된 문화유산 정도로만 인식하고, 이를 현재시점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차원에서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우리가 역사문화자산을 알고, 느끼고, 활용하면서 어떤 태도가 필요하며,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에 관한 방향성을 고민한다면, 하멜른마케팅의 이러한 노력은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꽉 찬 하루를 마무리하고도 학생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이디어 캠프’, 내일은 그동안 준비한 팀 미션의 발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림 58> 하멜른마케팅 홍보 담당자 강연

 

​   하멜른 3일차는 ‘아이디어 캠프’로 시작하였다. 이번 캠프에 참가한 14명의 학생들은 3-4명으로 한 팀을 만들었고, 총 4개의 발표가 있었다. 성별, 전공, 출신지역 등 사실 무엇 하나 공통점을 찾기 힘들 친구들이 학교 단위의 모집 선발 후 며칠 간 진행된 사전오리엔테이션 시간을 통해 임의로 팀을 정하고, 팀의 주제를 정하고 이에 따라 영상 제작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사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고, 단순히 결과물만으로 그 과정의 의미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처음의 우려가 기우였다는 것을 일정중반부를 넘기며 서서히 증명하기 시작하였고, 우려했던 것들은 우려한 대로, 또 기대했던 것은 기대한 대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무엇보다 단계별로 진행되어 진 프로그램 속에서, 자신이 가진 문제의식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해결방안이 하멜른에 이르러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림 59> [메르헨캠프2022_겨울] 아이디어캠프

 

   하멜른마케팅 회의실에서 진행한 학생들의 발표는 아직 그 자체로 완성적인 형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나이에 맞게 며칠 만에 쉽게 친해지는 친화력을 보여주었고, 저녁 마다 진행된 멘토링 이후에도 다시금 회의를 하며 꽤나 많은 고민을 하였다고 한다. 학생들의 경험이 다양하고, 미디어나 영상제작과 관련한 지식이나 기술의 유무에 따라 보여 지는 면면은 차이가 있을 수 밖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학교교육과정에서 안타깝게 생각했던 부분은,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것을 어떻게 표출해야 하는지에 고민이 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는 기성세대들의 문법에 맞추어 말하는 기술에만 집중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지역소멸 위기 탈출 해법 찾기’의 주제 또한, 어찌 보면 어른들이 풀지 못하는 어려운 숙제를, 그저 무책임하게 아이들에게 던져주고 풀어보라고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번 메르헨캠프를 통해 학생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결과 보다는 과정에 충실하면서, 오히려 캠프가 끝나고 일상에 돌아가 그 고민이 계속 연결되면서, 조금 더 의미 있는 해답을 찾아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보면 아이들의 아이디어캠프는 그런 씨앗을 뿌린다는 측면에서 분명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학생들이 가지는 우리 사회의 문제의식을 듣는 것 자체로 충분히 평가 받을 만 한 일이었다. 이렇게 이번 기회에 학생들 머릿속에 뿌려진 씨앗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면서, 잘 성장시켜나가길 바라는 마음 뿐 이었다.

 

<그림 60> [메르헨캠프2023_여름] 아이디어캠프

 

   아이디어캠프까지 마친 학생들은 조금 홀가분한 마음으로, 메르헨캠프가 준비한 마지막 일정인 브레멘으로 행했다. 메르헨스트라세에 참가하고 있는 도시는 크게 헤센주와 니더작센주의 도시들이지만, 조금 더 세밀하게 본다면, 브레멘은 헤센이나 니더작센과는 많이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고, 사실 메르헨스트라세에 참여하고 있는 도시 중 가장 큰 도시규모로 많은 볼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브레멘의 대표 동화, [브레멘음악대]를 가지고 연중 도시 전체가 문화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중세 이후 다양한 문화가 브레멘에서 접변하면서 발전해 온 역사를 증명이라도 하 듯, 그간 메르헨스트라세의 내륙지역 도시들과는 또 다른 화려함과 다양함을 복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림 61> [메르헨캠프2022_겨울] 브레멘 1

 

​   브레멘은 인구 60만 명 정도로, 다른 메르헨스트라세 도시들에 비하면 큰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메르헨스트라세 참가 도시 중 유일하게 바다를 면하고 있는 도시이다. 브레멘음악대 속 동물들이 그리고 있는 브레멘은 그들의 고단한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이상향을 담은 도시이다. 아마도 이는 중세 이후 끊임없이 힘든 일상이 이어지던 독일 내륙지역 사람들이 가진 일상탈출의 꿈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은데, 실제로 브레멘은 중세 이후 북해 연안의 도시들과 한자(hansa) 동맹을 이루고, 해양 중계 무역을 통해 상당한 부를 쌓고, 도시의 자치권을 인정받으며 발전해 왔으며, 지금도 브레멘은 독립적인 자치권이 인정되고 있다. 사실 중세 이후 브레멘이 가입했던 한자동맹은 단순히 특정 테마를 공유하는 공동체의 의미를 넘어서서, 당시 국가로 발전해 나가던 중세시대 여러 집단들의 이권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발생한, 국가권력과 경제 권력의 패권싸움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도시 간 동맹과 현재 공동체의 의미를 문화사회적인 맥락에서 연결해 본다면, 브레멘은 아주 오래전부터 외부와의 소통, 동맹과 공동체, 받아들임과 차별화 등의 맥락에서 개방적인 마인드와 모습을 보여 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습들을 통해 브레멘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문화적으로 다양하고 경제적으로 풍성한 모습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멜른으로 돌아오는 내내 했던 것 같다.

 

<그림 62> [메르헨캠프2022_겨울] 브레멘 2

 

   이렇게 브레멘을 끝으로 11박 13일간 진행한 [메르헨캠프_겨울]의 공식적인 일정이 끝났다.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 마지막 일정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저 꿈 같이 느껴지는 몽롱함이 남게 마련이다. 게다가 유독 스산한 독일의 겨울, 9000킬로미터를 날아가 도착한 생소한 곳에서, 끊임없이 던져지는 그림형제와 독일 메르헨에 관한 이야기들, 그리고 이 와중에 ‘지역소멸’ 이라는 단어와 ‘지역문화활성화’ 라는 단어가 학생들 뇌리 속에 끊임없이 남아있었으리라 생각되어진다. 그리고 캠프가 끝나갈 때 즈음 어느 학생이 남긴 말이 유독 가슴에 남긴다. “제가 또 언제 독일에 와보겠어요?”, 그렇구나, 이 학생들 중에는 이번 독일행이 평생에 마지막일 수 있겠고, 독일과 메르헨스트라세와는 전혀 다른 일을 하며 평생을 살아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과도하게 많은 내용들을 전달하는데에만 집중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 또한 처음 하는 캠프의 시행착오라 생각하고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독일 신문 속에 노출되었던 ‘메르헨캠프’ 관련 사진과 기사를 다시금 보게 되면서, 꽤나 오래 시간이 지나 이번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조금 더 성장한 미래의 어느 때에, 웃으며 지금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그해 여름에 있을 여름캠프를 다시금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림 63> [메르헨캠프2022_겨울] 언론노출

 

   [메르헨캠프2023_여름]은 지난 겨울캠프의 기본 프로그램을 유지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인 사전교육 시스템을 강화하고, 계절마케팅 부제를 여름 페스티벌로 바꾸어 진행하였다. 지난 캠프는 12월 말, 학생들이 기말고사를 마치고 방학이 시작되면서 바로 출발하게 되면서, 사전교육 및 오리엔테이션 등 준비기간이 부족했는데, 이번에는 여름 방학 기간을 보내고, 8월 중순 출발하는 일정으로 사전 준비기간이 상대적으로 확보가 되었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팀을 정하고, 팀 단위로 주제를 정하는 등 팀워크를 다질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 같고, 겨울캠프에 비해 상대적으로 결과물이 조금은 짜임새 있게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여름캠프의 부제를 여름 페스티벌로 정하고, 카셀과 하멜른의 다양한 여름 페스티벌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는데, 브레멘 음악 페스티벌과 관련해 몇몇 프로그램이 일정이 안 맞아 참관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프로그램 외적인 평가로는, [메르헨캠프]의 활동상이 카셀과 하멜른 등 독일 지역 신문에 겨울캠프에 이어 다시 한번 노출되었고, 특히 이번에는 참가대학들과 하멜른마케팅 간 업무협약을 통해, 향후 좀 더 발전적인 문화교류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림 64> [메르헨캠프2023_여름] 이미지

 

   이처럼 두 번의 메르헨캠프는, 독일 메르헨스트라세와 관련 기관, 참가도시, 그리고 이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서부터 찾은 참가대학과 학생들 간 ‘새로운 만남의 장’ 이 마련되었다는 측면이 평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만남에 초대 받은 모든 사람들이 만족해하는 일을 내가 하고 있다는 생각에 새삼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고,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통해 다음 만남에는 무엇을 더 준비하여야 하는지도 체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기간 학생들과 메르헨스트라세를 돌면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런 만남들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이 생긴다면?’, 아마도 이게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으로 존재하면서 새로운 문화와 소통의 공동체가 되지 않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들이, 그동안 내가 독일 메르헨스트라세를 돌아다니는 이유와 목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얻지 못했던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우리의 지역문화를 활성화 하는데 독일의 역사문화자산을 활용해야 하는가?’ 하지만 어찌 보면 이 물음은, 처음부터 그 출발이 잘못된 ‘우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디지털과 문화를 전공하고, 이를 드러내는 뉴미디어의 현상과 의미를 연구한다는 내가, 21세기 디지털과 문화가 더 이상 지역적, 시간적 한계를 뛰어 넘는 세상으로 존재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조차 잊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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